1) 삼한시대(三韓時代) ~ 고려시대(高麗時代)
우리나라 천제의 역사는 그 어느 나라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3세기 진수(陳壽, 233-297)가 편찬한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 魏志東夷傳)에 삼한시대의 제천(祭天)의식, 즉 천제의 모습이 기록되어 전한다.
…十月農功畢, 亦復如之. 信鬼神, 國邑各一人主祭天神, 名之天君. 又諸國各有別邑, 名之爲蘇塗. 立大木, 縣鈴鼓, 事鬼神. - 마한조(馬韓條)-
『시월에 농사를 마치면 … 귀신을 믿어 나라의 마을마다 하느님께 제사(천제)를 주관하는 한 사람을 뽑는데, 이를 천군이라 한다. 이러한 곳을 소도라고 하는데 큰 나무를 세워놓고(솟대) 방울과 북을 걸어놓고 귀신을 섬긴다.』 (도올 김용옥은 귀신을 땅님과 하느님으로 번역하였다)
이러한 제천행사는 고대 한민족에게 매우 중요한 축제였는데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동예의 무천(舞天), 그리고 신라로 이어져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7대 일성이사금(逸聖尼師今, 134-154)이 서기 138년에 친히 태백산에서 천제를 지냈고, 15대 기림이사금(基臨尼師今, 298-310)은 서기 300년에 춘천에서 태백산을 바라보며 망제(望祭)를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시대에도 역시 천제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조선왕조실록에는 고려왕조에서 대대로 원구단(圜丘壇=환구단)에서 천제를 지냈다고 하였으며, 송나라 역사서인 송사, 고려전(宋史, 高麗傳)에는 ‘고려가 하늘에 제사를 하는 것을 팔관회(八關會)라 칭한다.’고 하여 팔관회가 단순한 불교행사뿐만 아니라 천제행사였음을 말해준다. 또한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팔관회가 고구려의 제천행사인 동맹을 계승한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시대 태백산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고려사(高麗史)에는 김방경(金方慶, 1212-1300)의 아들 김순(金恂, 1258-1321)을 태백산제(太白山祭)를 지내기 위한 외산제고사(外山祭告使)로 파견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중앙정부에서 제사를 주관하는 직책인 관리를 태백산에 파견하여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것이다. 비록 왕이 직접 행차하지는 않았지만 하늘에 제를 올리는 매우 중요한 산으로서 태백산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고려시대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제천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성대하게 행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